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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감독] 독이 든 성배를 들다

by 연합통신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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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 (사진 = 두산베어스)

 

어제 야구팬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 총재특보가 신임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의외라는 말들도 나옵니다.

 

 

부자여서 3년 버틴 두산

 

두산은 최근 상위권을 달리다 올해 드디어 하위권으로 추락했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간 FA(자유계약선수)로 이탈한 선수들이 많아 그 공백을 메우는데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이탈은 양의지(NC), 김현수(LG)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팀에서 탐을 내는 최상위급 선수를 두 명이나 잃고도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여겨질 지경입니다.

 

두산은 이제 자의반 타의반으로 리빌딩에 들어가야 할 상황입니다. 전력에 그다지 여유가 없습니다. 올해 타자 중 OPS(출루율+장타율)가 0.8이 넘었던 선수는 김재환뿐이었습니다. 투수들 가운데서도 최원준, 곽빈이 선전했지만 10승 투수가 아무도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제역할을 못한 점도 상당한 타격을 줬지만 이제 팀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됐습니다.

 

 

초보 감독으로 괜찮을까?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코치로 활동한 적이 없는 초보 감독입니다. 두산 프런트가 의외의 선택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의 붕괴 직전의 두산 전력을 생각해 봤을 때 좋은 선택인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리빌딩은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을 들여야 하는 지루한 과정이 따르게 됩니다. 부상을 입은 운동선수들의 재활치료와도 같습니다. 꾸준히 시간을 보내고 관리해도 별 차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현재의 한화 이글스가 잘 보여줍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이 감독이 두산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총액 18억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도 대우지만 다소 어려운 팀을 다시 살려보는 그 자체가 상당한 의미와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JTBC의 최강야구에서 이승엽 감독은 간접 경험을 했습니다. 비록 은퇴선수들이 주축이 된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한계는 분명했지만 팀을 만들고 한계를 함께 극복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던 게 스크린에 비친 이 감독의 모습이었습니다. 현장 복귀에 상당한 동기부여가 됐을 거라 봅니다.

 

 

스타의 한계를 극복하라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이 성공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명에 가까운 감독들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종종 나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전임 김태형 감독만 해도 그렇습니다. 김 전 감독의 현역시절 통산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스탯티즈기준)은 2.9에 불과했습니다. 어지간한 엘리트 선수가 한 시즌에도 넘어설 수 있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감독으로는 한국시리즈 7년 연속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세웠고 3번이나 우승을 시킨 명장으로 남았습니다. 두산에서는 커리어가 끝났지만 여전히 김 전 감독을 원하는 팀은 나타나리라 봅니다. 이렇게 사람 일은 모르는 겁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시절 전구장 은퇴투어를 할 만큼 슈퍼스타 출신입니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이승엽은 알 정도입니다. 해외에서 뛴 시즌을 빼도 통산 WAR이 72.17이나 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수시절의 기록일뿐 감독은 전혀 다른 직종이며 커리어도 새로 쌓게 됩니다. 과거의 영광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입니다. 오히려 그게 부담으로 작용해서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명성은 독이 됩니다.

 

 

두산을 주목하라

 

한국프로야구(KBO) 감독은 두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선수단 장악이고 다른 하나는 시즌을 운영하는 대전략입니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듯 야구도 많이 달라졌다고 선수들이 증언합니다. 과거와 같이 강제성을 이루어지는 야구가 아니다 보니 자발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지킬 것이 지켜져야 합니다. 이를 조율하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만 이승엽 감독이 스타 출신임에도 사람 좋은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보니 선수들과의 관계는 잘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시즌을 운영하는 대전략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투수운용에서 차이가 나게 돼 있습니다. KBO 감독은 선수층에 한계가 있어 무리할 때와 포기할 때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주로 투수나 포수 출신인 감독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입니다. 이런 점에서 투수로는 학창시절에 경험한 게 다인 이 감독이 분명한 약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를 어떤 식으로 극복해 나가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될 걸로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승엽 감독이 당연히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줄 알았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게 현실입니다. 야구는 이렇게 의외의 상황이 많이 연출됩니다. (그럼에도 내려갈 팀은 귀신 같이 내려갑니다.) 그라운드 안에서 한 경기 한 경기가 그렇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하루 하루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게 야구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더 이상 강팀이 아니어서 주목하지 않을뻔 했던 두산인데 이제 좀 더 유심히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두산팬들도 3년 동안 진득하게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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