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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랜더스] 정용진 구단주와 트럭시위 팬들이 세게 붙은 이유

by 연합통신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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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성용 신임 단장 (사진 = SSG)

 

도저히 우승팀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풍경이 오프시즌 SSG 랜더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제기한 비선 실세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정용진 구단주는 SNS(개인 인스타그램)에 엄포를 놨고 일부 팬들은 트럭시위를 강행했습니다. 마치 서로 배신감을 느끼는 상황 같기도 합니다.

 

새 단장이 선임되는 과정이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신임 김성용 단장은 선수 출신임에도 프로야구단에 몸담은 경력이 많지 않습니다. 야탑고 야구부 감독만 20년 넘게 지냈습니다. 프로 경력은 사실상 SSG R&D 센터장으로 지낸 올해 1년이 다입니다. 그렇다고 전문 경영인도 아닙니다. 여기에 비선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에서 이런 상황을 넋 놓고 볼 리가 없습니다. 지난 한 주 SSG 관련 비판적인 기사만 수십 건이 넘습니다.

 

 

구단주의 기업 논리 

 

정용진 구단주의 인스타그램은 비판 댓글로 도배가 됐습니다. 결국 정 구단주는 이를 참지 못하고 게시글과 댓글을 삭제하기에 이릅니다. 프로필 화면에는 "이곳은 소통 공간이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굳이 달았습니다. 화가 단단히 난 것으로 보입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SNS는 사적인 공간이 맞습니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댓글과 보기 권한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해서 공적인 공간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솔직히 재벌가 사람이 서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도 의심이 듭니다.

 

물론 정 구단주의 대응 방식이 보기 좋은 그림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는 공직자가 아니라 사기업의 운영자입니다. 연예인들처럼 인기 관리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야구단 운영은 아무리 애정을 갖고 한다고 해도 그저 수십 개 사업 중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일  하나일 뿐입니다. 사적인 공간의 무례한 침범(악플)에 대해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SSG가 성적이 안 나온 구단도 아닙니다.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가 아니면 올해 우승은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에이스인 김광현과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가 없다고 생각해보면 그의 몫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일부 팬들의 반발은 기업 운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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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프로스포츠 논리

 

그렇다고 팬들의 입장도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몫도 상당 부분 차지합니다. 프로구단 운영은 홍보와 서비스 측면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전신인 SK 와이번스는 스포테인먼트를 앞세워서 팬서비스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SSG도 그런 정신을 이어 받고는 있지만 이번 사건은 팬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류선규 전 단장 해임과 김성용 단장 선임이 자연스레 이뤄진 건 아닙니다. 다만 이게 여기저기에 트럭시위까지 할 일인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화가 많이 나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지만 구단의 권한을 너무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야구단은 팬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면 좋지만 그것만으로 운영을 할 순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프로야구단은 기업입니다. 다들 너무도 잘 알고 있겠지만 기업은 상식으로만 운영되는 곳이 아니고 늘 민주적이지도 않습니다.

 

프로스포츠 선수단에 조금만 의지를 갖고 투자하면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현실입니다. 더구나 경기수가 많고 선수단도 100여명인 프로야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운영하는 처지에서 매우 부담이 갑니다. 매년 시즌이 끝날 때마다 구단 매각설이 나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팬들의 강력한 반발은 구단주의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습니다. '돈 쓰고 욕 먹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구단에도 좋지 못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산업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양쪽이 세게 한 번 붙었습니다. 이제 서로 심호흡 한 번 할 때입니다.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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